올해 대학을 졸업하는 이른바 '75들(1975년생)'과 '75학번(1975년대학입학)'들은 비록 20년 가까운 터울이 있지만 격동의 시대, 대표적인 희생양이라는 점에서 묘한 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다. 당시에 몰아닥친 격동의 원인은 다르지만 이들은 어느 세대보다도 불우한 인생 궤적을 그려오며 시대의 아픔을 고스란히 몸으로 떠 안았다. 우선 '75들'. 이들은 조변석개식의 입시제도에 내내 시달려왔고 졸업을 앞두고는 IMF 때문에 살인적인 취업난을 겪고 있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중학교 2학년 때까지 이들은 서슬퍼런 과외금지 조치에 묶여 변변한 '조기교육' 한번 제대로 받지 못했다. 연합고사가 있던 90년에는 고교입시 부활 검토와 9학군제의 광역4군제로의 변경 방침으로 아연 긴장했다가 백지화 되는 등의 아픔을 겪었다. 우여곡절 끝에 고등학교에 입학해서는 3학년이 돼서야 94학년도 입시부터 학력고사 대신 대입수학능력시험과 내신, 그리고 본고사로 대입전형을 한다는 안이 확정돼 혼란은 극에 달했다. 고3 한해 동안 이들은 공부보다 비교내신제 도입여부, 각 대학의 본고사. 수능반영 비율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좋은 점수를 골라 전형을 한다며 93년 수능시험이 2회 실시됐으나 난이도 조절에 실패, 의미가 없어져 다음해부터는 한번으로 축소되는 바람에 75들만 시험을 두번 치렀다. 고액과외를 조장한다는 비판 속에 시행되었던 94년 처음 실시된 본고사 제도도 96년도부터 유명무실해지기 시작해 현재는 논술만 남았다. 또 당시 입시때는 재학생보다 재수생이 여러모로 유리하다는 학부모들의 불만이 많았는데 결국 서울대 전체수석도 재수생이 차지하는 상징적인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대학에 들어와서는 곧 병무제도가 바뀌었는데 신체검사 기준이 까다로워지고 신체등급 1~4등급까지 모두 현역판정을 받는 상대적인 불리함을 감수했다. 75년생 중 대부분의 여학생과 적잖은 남학생이 졸업하는 올해와 내년에는 그야말로 전무후무한 취업난이 이들을 압박하고 있고 또 기다리고 있다.
"대학가에서는 75년생을 대포세대(대한민국이 포기한 세대)라고 부르고 있다.
고3때인 74년 오일쇼크가 일어나 국제 원유가는 세 배 이상 폭등했고 물가는 하늘 높은 줄 몰랐다. 간신히 대학에 입학해서는 숨막히는 유신체제 속에서 박정희 정권의 강권통치가 극을 달하던 때였다. 살벌한 사회분위기 속에 긴급조치가 줄을 이었다. 제대하고 복학하자 12.12와 5.18 광주항쟁등으로 격변기를 겪었고 공부 한번 제대로 못 해 본 채 졸업장을 받았다. 또 79년과 80년은 제2차 오일쇼크로 지금만큼 취업이 어려웠던 때였다. 이들은 선배와 후배들에 치이며 지금은 기업체의 차장이나 부장급이 됐지만 그 영광을 채 누리기도 전에 IMF를 맞고 있다. 한창 자라나는 자녀의 사교육비 부담에 등골이 휘던 이들은 명예퇴직이나 정리해고의 대상이 될까봐 노심초사하고 있다. 모아둔 재산은 없지, 자식교육은 멀었지, 나이도 들만큼 들어 쉽게 전직할 수도 없는 이들은 이래저래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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