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겨레 신문] 2004년 2월 7일 | |||||||||||
홀로코스트 산업 / 노르만 핀켈슈타인 지음, 신현승 옮김 / 한겨레신문사 펴냄·1만2000원 ‘홀로코스트’(holocaust)란 단어를 들을 때 떠오르는 이미지는 어떤 것들일까. 영화 쉰들러 리스트의 잿빛 영상, 죽음을 기다리는 깡마른 얼굴들, 가스실에서 나오는 주검 더미…. 그 생지옥 같은 이미지의 주인공들은 모두 ‘유대인’들이다. 유대인이란 한 ‘민족’에게 가해진 처참하고 극악한 폭력의 모습을 집약한 단어가 바로 ‘홀로코스트’다.
그러다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의 유대인 대량학살 사건이 대량학살 사례의 대명사로 쓰이면서 이제는 홀로코스트란 말이 곧 나치의 유대인 학살을 뜻하게 됐다. 600만 명이란 희생자는 하루에 고등학교 한 학년 학생수 정도인 600명씩을 꼬박 27년4개월 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죽여야 하는 엄청난 숫자다. 이 잔인무도한 학살이 모든 대량학살을 대표하는 말이 됐다고 해서 이상할 이유가 전혀 없어 보일 정도다. 그러나 여기서 잠깐. 너무나 당연하게 여겨지는 이런 사실이 정말로 완전무결한 ‘진실’이자 ‘정당한 진리’일까 그 자신이 홀로코스트 생존자 유대인의 자식인 미국의 정치학자 노르만 핀켈슈타인은 의심을 하는 자체가 불경스러워 보일 정도인 이같은 ‘진리’에 대해 의문을 정식으로 제기했다. 그는 지난 2001년 이 책을 펴내 홀로코스트, 즉 유대인 학살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은 교묘한 조작과 사기를 통해 이뤄진 것이며, 이 끔찍한 비극을 이용해 돈벌이를 하는 경제적 ‘하이에나’들, 즉 ‘홀로코스트 산업’이 배를 불리고 있다는 충격적인 주장을 펼쳤다.
이들은 홀로코스트에 의도적인 신화와 정치색을 입혀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하는 정치적 무기이자 ‘윤리적 자본’으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유대인 홀로코스트는 1967년 이전에는 지금처럼 대량학살의 대명사로 여겨지지도 않았고, 홀로코스트란 말 자체가 잘 쓰이지도 않았다. 그러다가 이 해 제3차 중동전쟁, 이른바 ‘6일전쟁’에서 이스라엘이 완승을 거두자 깜짝 놀란 미국 지도부와 미국의 유대인 엘리트들이 이스라엘을 아랍지역에서 미국 패권주의의 파트너로 삼으면서 홀로코스트가 역사 속에서 되살아났다. 이들은 이스라엘이란 전략적 자산을 지키기 위해 6일전쟁 당시 이스라엘은 풍전등화의 위험에 처해 있었으며, 따라서 ‘제 2의 홀로코스트’의 공포에 사로잡혔기 때문에 인구 면에서 압도적인 우세였던 아랍에 맞서 자구 목적으로 전쟁을 벌일 수밖에 없었다는 논리를 폈다. 그리고 더 나아가 ‘나치 홀로코스트는 절대적으로 유일무이한 역사적 사건’이며, ’홀로코스트는 유대인에 대한 비이성적인 이교도의 끊임없는 증오의 절정’이란 홀로코스트 신화를 만들어 세계에 퍼뜨렸다. 이 같은 신화 조작의 성과는 엄청났다. 인권유린과 아랍 운동가들에 대한 고문과 암살을 일삼는 침략주의 국가 이스라엘은 이 신화에 의해 ‘영원히 핍박 받는 자들의 보호막’으로 탈바꿈했으며, 미국은 자신들의 적인 국가들이 “제2의 홀로코스트를 저지를지 모른다”고 우겨대면서 패권주의를 실현시키는 동시에 미국 자신이 저질렀던 범죄적인 대외정책들을 정당화할 수 있었다. 미국 내 유대인 엘리트들은 실제 다른 소수집단에 비해 불이익을 거의 당하지 않았음에도 미국 사회 안에서 자신들의 민족적 정체성을 ‘희생자’로 꾸몄다. 문제는 이로 인해 유대인 홀로코스트가 다른 역사적 비극들-19세기 후반 영국 식민주의자들의 혹정으로 약 2000만명 정도의 인도 주민이 굶어죽었던 아사 사건이나, 미국을 세운 백인들에 의해 전체 인구의 90% 가량이 병균과 노예화, 전쟁으로 죽임을 당한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비극, 16~17세기 스페인 식민주의자들의 남아메리카 원주민 학살 등의 다른 대량학살 등-보다 특별대접을 받아야 할 근거는 전혀 없는데도 특별한 역사적 지위를 누리며 이 같은 다른 학살 범죄들을 가리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은이는 지적한다. 핀켈슈타인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홀로코스트란 역사적 사실 자체를 돈벌이 수단으로 만들어 부당하게 돈을 축적하고 있는 ‘홀로코스트 산업’의 메커니즘을 생생하게 고발했다. 이들은 독일에서 받은 홀로코스트 생존자 보상금을 가로채 미국 내 유대단체 자금으로 전용하는 수준을 넘어 아예 미국의 국가 권력을 등에 업고 2차대전 당시 유럽 유대인들이 남긴 휴면 자산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데 혈안이 되어 있다. 실제로 이들은 최근 스위스 은행들에서 12억5000만달러를 뜯어내는 등 수십억달러를 받아냈다. 핀켈슈타인이 이렇게 30년 동안 유지돼온 신화와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누리는 홀로코스트 산업에 도전한 대가는 컸다. 책은 유럽에서는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지만 유대계가 지배하는 미국 언론들은 책이 나온 사실을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그리고 유대인 단체의 압력을 견디지 못한 학교 당국이 계약을 해지하는 바람에 10여년을 몸담았던 대학을 떠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한겨레 신문 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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